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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구속, 박병대 기각, 명재권 판사
검찰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지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을 24일 구속했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인데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전ㆍ현직을 통틀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된 데 이어 구치소에 구속수감되는 사법부 수장으로 기록되게 됐네요.
하지만, 함께 청구된 박병대(62)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두 번째 구속영장은 또 기각됐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은 신봉수 특수1부 부장검사(48·29기)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을 영장심사에 투입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시기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수사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될 경우 법원 스스로 '재판거래'를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영장 청구가 기각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5시간3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집행해 수감할 방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임종헌(60ㆍ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64)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수집 ▲ 법관 사찰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천만원 조성 등 제기된 의혹에 대부분 연루돼 있습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에게 심리계획을 누설하는 등 핵심 의혹인 징용소송 '재판거래'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에서도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의 이름 옆에 'V'자 표시를 하는 등 상당수 혐의에서 단순히 계획을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직무유기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 위계공무집행방해 ▲ 공무상비밀누설 ▲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개별 범죄 혐의는 40개가 넘습니다.
<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민중당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검찰은 구속 심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최고 결정권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지시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기억이 없다 ▲죄가 성립될 수 없다 등 '4無' 주장을 펼쳤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약 5시간30분 가량 진행된 구속 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렸고, 서면 심리 내용까지 검토를 모두 마친 명재권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최장 20일의 구속기간에 공모관계를 입증하고 양 전 대법원장 개입 범위를 구체화하는 것을 목표로 추가 보완수사를 펼칠 전망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청구서에 포함되지 않은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도 이뤄질 예정.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대질신문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두 사람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전직 대법원장임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관>
사법농단 사태는 2017년 3월 대법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저지를 거부한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언론보도 이후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듬해 6월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 검사 대부분을 투입해 사법농단 수사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검찰 수사는 법원의 조사 및 인사자료 제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데다 의혹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며 난항을 겪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9월 대법원 기밀자료를 빼낸 혐의 등으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에 대해 청구한 '사법농단 첫 구속영장' 청구는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고영한 전 대법관>
검찰은 지난해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하며 윗선 수사에 탄력을 붙이는듯 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하지만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수사는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대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하며 정면돌파하기로 했습니다.
사법부 수장으로 모든 보고·결재라인의 최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결정한 것. 이를 위해 두 전직 대법관 영장이 기각된 뒤 한달여간 전현직 법관 수십여명을 다시 조사했고, 이후 지난 11일과 14일, 15일 3차례에 걸쳐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조사했습니다.
박병대 구속영장 기각
<박병대 전 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하면서 청와대ㆍ외교부와 징용소송 '재판거래'에 가담하고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과 옛 통진당 관련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재임 기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도 있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지난달 초 한 차례 기각됐습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고교 후배인 사업가 이모(61)씨의 탈세 혐의 재판 관련 정보를 10여 차례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이번에도 신병확보에 실패했습니다.
검찰은 최장 20일간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영장에 적시한 범죄 혐의를 보강수사한 뒤 다음달 재판에 넘길 방침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의 '재판 청탁' 의혹과 옛 통진당 소송 배당조작 의혹 등 남은 수사결과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범죄 혐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명재권 판사 누구?
한편 법원이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이번 결정을 맡은 맹재권 부장판사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명재권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였으며 37회 사법시험에서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하였습니다. 1998년에는 수원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하여 전주지검, 군산지검, 서울동부지검과 청주지검에서 2008년까지 검사복을 입었으며 2009년에는 수원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하여 법관으로 전향하였습니다.
<명재권 판사 프로필>
명재권 부장판사는 양승전 전 대법원장보다 25년 후배.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영장 업무에 새로 합류했습니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여파로 중앙지법 영장전담 법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영장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뒤 검사로 재직하다 2009년 판사 생활을 시작해 주로 일선 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영장 전담을 맡기 전엔 중앙지법에서 형사2단독 재판부를 맡았습니다.
명재권 부장판사가 영장 전담 업무에 투입된 시기는 법원이 `사법농단` 관련 영장을 줄줄이 기각해 검찰과 외부로부터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한창일 때, 이 때문에 `검찰 출신` 명재권 부장판사를 영장 업무에 투입한 건 그의 이력을 내세워 여론 비판을 누그러뜨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검찰 출신인 만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사들과 인연이 적은 것도 영장 업무를 맡기는 데 고려 요소였을 것이란 분석도 있었습니다.
실제 명재권 부장판사는 영장 업무를 맡은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첫 영장 발부였죠.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서도 법원 안팎에서는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였지만 명재권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범죄사실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명재권 판사>
명재권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 5명 중 유일한 검사 출신으로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습니다. 10년간 검사로 지내다 2009년 판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난해 9월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대거 기각되면서‘방탄 법원’ 논란이 일자 영장전담판사로 투입됐습니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영장 업무에 합류하자마자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며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양승태 대법원’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당시 명재권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 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진 점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엔 이명박 정부 시절 일선 경찰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11월엔 법정 경위를 폭행하고 출입문을 부수는 등 법정에서 난동을 부린 50대 여성을 구속시키기도 했습니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뽑으려고 시험지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오현득 국기원장에 대해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오 국기원장에 대해 세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반려했습니다. 당시 명재권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소명되고 피의자의 지위와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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